"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브라질마저 中반덤핑 조사

입력 2024-03-18 08:53   수정 2024-03-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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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이 중국을 겨냥해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브라질은 중국 주도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참여하고 있는 친(親)중국 국가다.

중국이 자국 경기 침체로 인한 잉여 생산품을 저가 수출로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 우방국 브라질마저 값싼 중국산 수입품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자국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지난 6개월 사이에 철강, 화학제품, 타이어 등 최소 6개 분야에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FT는 "브라질의 조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에 직면한 뒤 전 세계가 중국발 수출 홍수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대형 철강 생산업체인 CSN은 이달 초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중국산 특정 유형의 탄소강판 수입이 85% 가까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요청했다. 브라질 철강업체들은 정부에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9.6%에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브라질의 중국산 철강 및 철광석의 총 수입액은 2014년 16억달러에서 지난해 27억달러로 증가했다.

철광석은 원래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국산 철광석 및 철강 수입 급증은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브라질 산업부는 "중국에서 브라질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덤핑 관행과 이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추정케 하는 요소가 일부 확인됐다"며 철강 분야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는 18개월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화학 물질과 타이어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브라질 산업부는 최근 몇 달 동안 별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중국으로부터의 화학 제품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200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이어 수입은 2300만 개에서 4700만 개로 100% 이상 늘었는데, 그 중 약 80%가 중국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수출액은 5280억1000만달러(약 702조5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어났다. 1~2월 무역흑자는 1251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선박(59.9%) 자동차(22.1%)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가전제품(38.6%)과 휴대전화(12.8%) 수출도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남아도는 상품이 헐값에 밀려 나오고 있어서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중국 수출품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세는 중국과 일부 주요 경제국 간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질 화학 산업 협회의 안드레 파소스 코르데이로 회장은 "지난해는 브라질 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심각한 한해였다"며 "중국산 제품의 약탈적 영업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브라질과 중국의 무역 긴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브라질의 국가 산업을 육성하려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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